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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날

2011년1월5일 태백산

by 놀 부 2011. 1. 6.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1월 초 태백산

몇해전에 추워서 벌벌떨던 기억으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한 기차는새벽 3시무렵 찬바람이 거센 태백역에

우릴 떨구어놓고 사라진다.

 

너무 이른시간에유일사에 도착하니 오늘따라 매점이 문을 닫아버렸다

 

화장실에서  두어시간을 기다렸는데

생각보다 넓고 히터도 가동되어서

라면도 끓여먹고  이것저것 준비도 하고

 

5시무렵  화장실에 모여있던  다른 일행들 20여명과 섞여 함께 출발.

 

사실 태백산을 산행하는데 별다르게 힘든 구간은 없다

다만 추위가 문제..

 

출발 40분정도 부터 엄청난 바람이 몰아친다.

무릎까지 쌓인 눈으로 가끔씩은 길이 사라져서 당황하기도 하고..

 

그렇게 오른 천제단

놀랍게도 지난밤을 보낸 텐트안에서 누군가 자고 있었다.

 

 

천제단 꽁꽁 얼어있네..

자세히 모르겠지만 태백산에는 3개의 제단이 있다고 들었는데

각각의 유래가 조금씩 다르다고 하지만

그러나 모두 신성한곳

 

이 새벽 , 이 추위에

저 안에서는

제를 모시는 분들이 있었다

시산제인지..아니면 그냥 소원을 비는것인지..

정말  존경스러움이..

어떤것이라도 원하는것이 꼭 이루어졌으면 ...

 

오를때부터 이미 날씨탓에 일출은 포기를 했지만

도저히 사진을 찍거나

버티고 서서 어디를 감상하기 힘든

바람이 몰아친다.

손이 오르라든다.

 

이 사진 한장찍는것에 만족.

 

망경사로 하산도중 단종비각

망경사에서도 특별히 몸을 녹일곳이 없다

역시 히터가 가동되고있는

화장실에서 잠시 몸을 녹였다.

 

 

이제 문수봉으로 가는길..

아름다운 눈길이

추위를 잊게한다.

 

지나간 발자욱은 바람에 금새 사라져버린다.

평일이라 사람도 적어서

무심히 가다 길이라도 잃으면

조금 당황스러울듯 하다.

 

우리도 밤에 몇번 길을 잃었었고

낮에도 길을 분간하기 어려운곳이 있었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천년을 산다는 주목

 온몸으로 눈을 받고

묵묵하게 태백산을 지킨다.

 

어떻게 이런 환경에서 뿌리를 내리고

숨을쉬며 살수 있을까

 

속이 비어있는데  그 공간에도 눈이 쌓여있다.

세찬바람이 나무속 빈 공간을 통과하면서

기묘한 소리를 낸다.

 

 

 

갑자기 길이 사라져버리면 무척 당황스럽다.

 

돌아보면 금새 눈속에 묻혀버리는 길

 

아마 핫팩을 가져가지 않았더라면

엄청난 고생을 했을것이다

 

 

저기 나무있는곳은 들어가보지 않았지만

아마 허리까지도 들어갈것 같음.

 

 

바람이 거슬러 올라가는곳은 눈이 허벅지 부근에 닿는다

 

바람이과 눈, 나무가 만들어낸

설명할 수 없는 풍경

 

날리는 눈발이 카메라 렌즈에 눈이 잔뜩 붙어있어서 ....잘 털어지지도 않는다.

문수봉

사람이 날라갈정도의 바람이

얼굴에 감각이 없을정도

잠시 파란하늘이 열리기도 한다.

 

 

 

 

문수봉 뒷쪽 나무숲에 숨어

 거의 얼음이 되어버린 막걸리로
함께한 친구들과 새해를 기원한다.

 

 

후훗~ 이 추위에 막걸리라니.. 처음엔 망설이다가

한잔씩만 먹자.....했는데..

결국 가져간 두병 다 마셨음. 

 

 

막걸리를 마시고나니 웬지 모를 자신감(?)과

마음에 한결 여유가 생긴다..

마침~

한바탕 바람이 지나가더니

난데없는 파란 하늘이 열린다.

정말 감탄

 

 

조금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는 하산길..

 

함께한 친구들과 유일하게 함께 찍은사진

삼각대를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이곳에서는 바람이 적어서...

 

이곳은 사진의 명당이라고 해서

 

 

당골광장으로 향하는길..

바람도 잦아들고

고요한 눈속의 숲이 이어진다.

 

 

황지연못 낙동강 발원지라고 한다.

 

^^  물도 찬데..

 

시간이 남아

어디를 돌아보려고 해도

이곳 말고는 별도 없다

 

태백역에서 꾸벅꾸벅 졸다

 

이길로 가면 서울...

 

유일사매표소-장군봉-천제단-부석봉-문수봉-당골광장 으로이어지는  약 11KM ..

빠른사람은 5시간이면 되는곳

우리는  사진도 찍고 감상도 하고

여기저기서 쉬기도 하고..

약 6시간20분이 걸렸다

 

바람이 불어 눈이 쌓인곳에서는

허리춤까지 빠지기도 했던

2011년 첫 태백산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으면 한다

 

지난 해 지리산,설악산

2011년을 여는 멋진 

태백산을 넘으면서 

지난해 계획했던

3개의  종주산행을 마무리 지었다

 

이제 어떤 무엇을 계획하면서

또 설레어 볼까....

 

 

 Giovanni Marradi - And I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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