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9월15-16 설악산
설레임과 걱정을 함께하여
밤을 뒤척이다가
설악으로 향하는
첫 버스를 타고서야
이제 진짜로 가는구나...
Havasi Balazs - Elmegyek
하긴 더 늙어 힘없으면
가고싶어도 갈 수 없는곳이라기에...
백담-수렴동-봉정암-소청-희운각-공룡-마둔령-금강굴-비선-설악동
별다른 코스는 아니지만...
설악을 밟는다는것-가슴을 뛰게한다.
지난 태풍의 영향으로 길이 부서져서
3km 를 걸어서야 백담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누구 때문에 유명해진곳..
처음 가본 곳이지만...그렇게 포근한 느낌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한참을 생각했지만...
두루두루 이곳저곳을 둘러봅니다.
간혹 산을 달려가듯이 전투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체력도 체력이거니와
개인적으로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좋은 경치를 마음껏 감상하고
호흡하는것이 더 좋을것같아..
우린 지난 지리산종주때도 그랬듯이
쉬엄쉬엄..~
영시암 한가로운 햇빛을 받고 있더군요
햇빛에 한참을 쉬니...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바닥의 모래알이 보이던 손이 저릴정도의 맑은물
내 좁은 시선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파란 하늘이 시작되었고
산을 타는 내내
나를 압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설악의 발톱을 드러내면서..
매력에 빠지게 됩니다.
봉정암에 오르는길
마지막700m 는
정말 인생의 고행길을 체험하는듯
가다 쉬다를 수십번을 해야
겨우 봉정암의 하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가슴터지는 호흡으로 오른 소청산장
그 고통도 넓은 하늘을 보면 금새 사그라들고
소청에서 바라보는 설악줄기는 광활합니다.
금새어두워진 길을 더듬으며 도착한 희운각에서의 만찬.
잠이 들자마자 밝아오늘 새벽
이제 본격적으로 공룡을 탈 시간...
한참을 오르니 공룡의 등뼈를 닮았다는 능선이 이어지면서
사진 가운데 높은곳
점심식사를 할 마둔령이 보입니다.
비록 자신있는 포즈였지만
내심 저길 언제가나..
이틀내내
하늘이 이랬답니다
이런 하늘을 만날 수 있다는것은 행운이 아닐까..
무심히 지나가는 구름도 하늘에 반했나봅니다.
어떤 물감으로도 표현하기 힘들것 같아요
뒤돌아 보면 까마득한 중청,소청
속초시내가 손에 잡힐듯 하지요?
오며가며 스치는 인연들에 감사를...
설악을 35번째 온다는 70어르신은 이런 맑음과 경치는 처음이랍니다.
영랑호
실제로는 훨씬 더 선명하고 가깝게 보이죠
출항하는 배가 일으키는 물살이 보일정도 ...
이제 마둔령을 거쳐 하산하는길....
저 하늘높이 있는 소청에서(화면 오른쪽 봉우리)
내가 걸어온 공룡능선이
한눈에 보입니다.
허리며 온몸이 제 정신이 아닙니다.ㅎㅎ
드디어 다 내려와 이미 어두워진 길을 걸어 설악동 입구로 가는길,,,
이름 모를 봉우리에 반달이 걸쳐있네요,,
이제 뭘 할지...
지난 몇달
준비하며 설레였던 이번산행을 마치니
섭섭하고.후련하고..뿌듯하지만.
이미 과거가 되버린 사진을 보자하니..
섬섬한 외로움이 쏟아지네요.
그리고...
장사항으로 달려 급히 회 한사발....
그렇게 설악의 밤을 뒤로하고
버스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금강고속버스는
속초 터미널에서 동서울 터미널까지
1분의 오차도 없이
두시간만에
정확히 우리를 배달해주더군요,
엄청난 괴력의 속도..후덜덜덜...
그렇게 설악의 밤은 이미 저물었다.